오래된 외장 하드디스크들

백업은 ‘했다’가 아니라 ‘복구된다’가 기준이다 — 맥 3-2-1 백업 설계

백업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다. 그런데 지난달에 지운 파일을 지금 되살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흐려진다. 백업의 성패는 저장할 때가 아니라 되찾을 때 갈린다. 외장 디스크에 타임머신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직 절반이다.

핵심 요약

  • 3-2-1 규칙 — 사본 3개, 서로 다른 매체 2종, 그중 1개는 다른 장소에 둔다.
  • 타임머신은 시점 복원에 강하지만, 디스크가 늘 연결돼 있으면 원본과 같은 사고에 함께 노출된다.
  • 클라우드 동기화는 백업이 아니다. 지운 것이 모든 기기로 그대로 전파된다.
  • rsync는 옵션을 잘못 쓰면 대상 파일을 지울 수 있다. 반드시 --dry-run으로 먼저 확인한다.
  • 분기에 한 번은 실제로 파일을 복원해 보는 리허설을 한다. 해 보지 않은 백업은 백업이라 부르기 어렵다.

3-2-1 규칙 — 사본 3개, 매체 2종, 장소 1곳은 밖으로

3-2-1은 원래 사진·영상처럼 원본이 유일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에서 정리돼 널리 퍼진 원칙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데이터의 사본을 3개 유지하고, 그 사본들을 서로 다른 종류의 매체 2종에 나눠 담고, 그중 1개는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둔다. 원본을 포함해 셋으로 세면 된다.

왜 이런 조건이 붙었을까. 사본을 여러 개 두는 이유는 저장 장치가 예고 없이 고장 나기 때문이고, 매체를 나누는 이유는 같은 시기에 산 같은 모델의 디스크가 비슷한 시점에 함께 죽는 일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소를 나누는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같은 책상 위에 있는 백업은 같은 사고로 함께 사라진다. 화재, 침수, 도난, 이사 중 분실은 맥과 그 옆의 외장 디스크를 구별하지 않는다. 원격지 사본 하나가 없으면 앞의 두 조건은 한 번의 사건으로 무력해진다.

3-2-1 백업 규칙의 구성 요소를 나타낸 모식도
사본 3개·매체 2종·다른 장소 1곳으로 구성한 3-2-1 백업 (모식도)

타임머신의 강점과 사각지대

맥의 기본 백업 도구인 타임머신은 좋은 출발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시점 복원이다. 지금 상태를 통째로 미러링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에 따른 이력을 남기므로, 사흘 전 버전의 문서를 골라 꺼낼 수 있다. 새 맥으로 옮길 때 이전 환경을 되살리는 데도 쓰인다.

다만 사각지대가 있다. 백업 디스크가 항상 맥에 연결된 채로 있으면, 원본을 덮치는 문제가 백업도 함께 덮칠 수 있다. 랜섬웨어처럼 연결된 볼륨을 훑는 위협이나, 실수로 잘못된 대상을 대량 삭제하는 상황이 여기 해당한다. 백업 이력이 남아 있는 만큼 복구 여지는 있지만, 백업 디스크 자체가 손상되거나 오래된 이력이 공간 부족으로 이미 밀려난 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백업 디스크 하나가 물리적으로 고장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타임머신은 3-2-1의 한 축으로 두는 것이 맞다. 여기에 성격이 다른 사본을 하나 더 얹고, 그 사본을 다른 장소에 두는 구성이 목표다.

클라우드 동기화는 백업이 아니다 — 그리고 버전 기록의 값어치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나 유사한 동기화 서비스에 중요한 폴더가 들어 있으니 안심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기화의 본질은 여러 기기의 상태를 같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한쪽에서 파일을 지우면, 그 삭제 역시 충실하게 다른 기기로 전파된다. 파일이 손상된 채 저장되면 손상된 버전이 전파된다. 백업은 과거를 보관하는 일이고 동기화는 현재를 맞추는 일이라, 목적 자체가 다르다.

동기화 서비스 대부분은 삭제된 항목을 일정 기간 보관하는 휴지통과 이전 버전 기록을 제공한다. 이것이 사실상의 안전망 역할을 하지만, 보관 기간은 서비스마다 다르고 정책도 바뀐다. 자기가 쓰는 서비스의 삭제 항목 보관 기간과 버전 기록 유지 기간이 실제로 며칠인지 한 번은 직접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기간이 지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동기화가 백업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삭제 전파 경로로 보여주는 모식도
삭제가 모든 기기로 그대로 전파되는 동기화의 구조 (모식도)

백업을 최신 상태만 유지하는 미러링으로 구성하면 놓치는 사고가 있다. 파일이 망가진 것을 한참 뒤에 알아차리는 경우다. 편집 도중 잘못 저장한 원고, 일부만 옮겨진 채 끝난 프로젝트 폴더, 열어 보니 깨져 있는 오래된 파일 같은 것들은 사고가 난 순간에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몇 주 뒤 필요해서 열어 볼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사이 미러링 백업은 성실하게 망가진 버전으로 덮어써 왔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하나의 사본은 시간 축이 있는 형태여야 한다. 타임머신의 이력, 클라우드의 버전 기록, 날짜별로 폴더를 나눠 쌓는 방식 중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어제 상태”뿐 아니라 “지난달 상태”로도 돌아갈 수 있느냐다.

rsync로 폴더 단위 사본 만들기 — dry-run이 먼저다

사진이나 작업 폴더처럼 특정 디렉터리만 다른 디스크에 복제하고 싶다면 rsync가 쓸 만하다. 변경된 부분만 골라 옮기므로 두 번째 실행부터는 빠르다. 다만 이 도구는 옵션 하나로 대상 폴더의 파일을 지울 수 있다. 특히 대상에만 있는 파일을 삭제하는 옵션과, 경로 끝의 슬래시 유무에 따라 복사 위치가 달라지는 동작이 사고의 단골 원인이다.

그래서 순서를 지켜야 한다. 무엇이 일어날지 먼저 출력해 보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뒤에 실행한다.

rsync -av --dry-run ~/Documents/작업폴더/ /Volumes/BACKUP/작업폴더/

--dry-run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옮겨질 목록만 나온다. 목록에 예상하지 못한 경로가 섞여 있거나 지워질 항목이 보이면 명령이 잘못된 것이다. 확인이 끝난 뒤 --dry-run만 빼고 같은 명령을 다시 실행한다. 대상 경로를 손으로 타이핑하다 오타가 나는 일이 잦으므로, 실행 전에 대상 디스크가 마운트돼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좋다.

참고로 macOS 버전에 따라 기본 탑재된 rsync의 구현과 지원 옵션이 다르다. 명령을 쓰기 전에 rsync --versionman rsync로 지금 이 맥에 있는 버전이 무엇을 지원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암호화, 분실 대비, 그리고 복구 리허설

백업 디스크는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분실 위험이 생긴다. 원격지 사본을 두라는 조언과 짝을 이루는 것이 암호화다. 맥 자체는 디스크 암호화 기능(FileVault)을 제공하고, 타임머신도 백업을 암호화하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클라우드에 올리는 사본이라면 업로드 전에 암호화된 형태로 묶는 방법도 있다. 다만 암호와 복구 키를 잃어버리면 본인도 열 수 없다. 암호화를 켜기로 했다면 키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조합도 모든 위험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는 점은 전제로 두는 게 좋다.

마지막이 가장 자주 빠지는 단계다. 복구 리허설. 분기에 한 번, 달력에 표시해 두고 다음을 해 본다.

  1. 백업에서 파일 하나를 실제로 복원해 본다. 오래된 시점의 버전으로 골라 꺼내 보면 더 좋다.
  2. 복원한 파일이 정상적으로 열리는지 확인한다. 목록에 보이는 것과 열리는 것은 다르다.
  3. 백업 디스크가 인식되는지, 남은 용량이 충분한지, 마지막 백업 날짜가 최근인지 확인한다.
  4. 맥 전체를 되살려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절차로 어디서 복원을 시작하는지를 미리 읽어 둔다.

이 리허설에서 걸리는 문제는 대부분 사소하다. 디스크가 몇 달 전부터 인식되지 않고 있었다거나, 용량이 차서 오래된 이력이 사라졌다거나, 백업 대상에서 중요한 폴더가 제외돼 있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정작 필요한 날에 발견하면 사소하지 않다.

현실적인 최소 구성

완벽한 구성을 노리면 시작을 못 한다. 부담 없이 세울 수 있는 최소선은 이렇다.

  • 사본 1 — 맥 내장 디스크의 원본.
  • 사본 2 — 외장 SSD 또는 HDD에 타임머신. 상시 연결이 부담스럽다면 주 1~2회 연결해 돌리고 평소에는 분리해 둔다.
  • 사본 3 — 다른 장소에 두는 사본. 클라우드 저장소에 중요 폴더만 올리거나, 두 번째 외장 디스크에 복제해 사무실이나 본가 등 다른 공간에 보관한다.

여기에 진짜 중요한 폴더 목록을 종이 한 장 분량으로 적어 두면 관리가 쉬워진다. 모든 데이터를 똑같이 대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사진, 원고, 계약 서류, 개인 기록)과 다시 받을 수 있는 것(설치 파일, 스트리밍 자료)을 구분하면 백업 용량과 신경 쓸 대상이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새 구성을 만들 때는 기존 백업을 지우지 말고, 새 백업이 제대로 복원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정리하는 순서를 지킨다.

참고: 타임머신 설정과 복원 절차, FileVault 및 백업 암호화 옵션은 애플 공식 지원 문서(support.apple.com)의 해당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뉴 이름과 위치는 macOS 버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쓰고 있는 버전의 문서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썸네일 사진: Patrick Lindenberg, Unsplash (CC0) / Wikimedia Commons.

작성 · Inkpipes 편집팀 — 맥·아이폰·자동화 도구를 실제로 써 보고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설정 화면·명칭은 OS 버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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